- STORY
- 01스토리
올 2월, 졸업을 하루 앞두고 삼학년 학생이 주고 간 편지 중 일부분이다.
진학연구부장을 하면서부터 칠팔년 동안 담임을 맡지 않고 전체적인 입시관리를 하고 있는 중에 상담을 하던 학생이다.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에 어울리는 정말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적극적인 녀석. 성적이 우수해서 돌봐주었던 것이 아니라 순수하고 열정적이어서 늘 지켜봐주고 격려해주었는데 상담 중에 '너는 한성의 별이다.' 라고 했던 말이 3년 동안 녀석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을 줄이야.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모두 ‘별’이나 ‘꽃’이나 ‘기둥’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어려서부터 인지하고 있는 자존감 높은 아이도 있고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아직 못 찾고 있는 아이도 있지만 모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학업역량 또는 예술이나 체육활동의 소질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성실한 태도와 활달한 성격을 지녀 성적의 고하를 막론하고 뭘 해도 먹고 살 것 같은 아이도 있다. 심지어 눈에 띄는 특징이 없는 듯한 아이도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면 다 저 나름대로 속이 들어차있다. 만일, 정말 ‘얘는 생각을 하기는 하나?’ 여겨지는 아이를 대할 때도 끊임없이 믿어주며 스스로 결정을 내리게 하면 그 결정의 책임을 지기 시작한다.
결국, 한 사람의 역사는 자신이 별이거나 꽃이거나 기둥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다. 자신이 별이거나 꽃이거나 기둥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순간부터 또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교사의 역할은 이 자존감을 이끌어내고 학생 스스로 고양시키도록 끊임없이 격려해주는 것이 아닐까? 수업시간에도 청소시간에도 자습시간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그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때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이 교사인 나의 자존감도 꽉 채워놓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서너 시간씩 유튜브를 뒤적이며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현상이나 실험을 찾는 것은 그걸 보여줬을 때 “와!”하고 내지르는 아이들의 감탄사 때문이지 교원평가 때문은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출장과 수시 상담으로 파김치가 되었다가도 “쌤, 안녕하세요~~~?”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것도 모두 학생들이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대목이다.
이렇듯 학생과 교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이끌고 변화시키는 존재들인 것이다.
혹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 짜인 학습교재와 VR(가상현실)을 이용하면 교사나 학교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왜 틀리냐면 우선 더 이상은 교사나 학교의 기능이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맞춰지면 안 되는 것이고, 더 이상은 학습이 자습실에서 혼자 연습장을 빼곡히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는 데 있다. 향 후 AI를 산업의 기반으로 놓는 사회에서는 자기 주도적이되 많은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협업이 기본이 될 것이며 이미 남이 만들어놓은 정보를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산업구조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교사들은 토론, 발표, 문제해결방식의 수업을 통해 학습역량을 향상시켜야하며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학생의 덕목은 자존감이 바탕이 된 의사소통 능력인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매 순간마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고양시키려는 노력을 하여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있는 사람으로 길러 내야한다. 학생들이 어떤 경우에도 고난을 헤치고 역동적으로 격변하는 미래사회에 잘 대응하도록 말이다.
나는 오늘도 학교에서 또 다른 “별”에게 이야기한다.
“얘야, 너는 한성여고의 자랑스러운 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