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 01스토리
얼마전 고교 산악회 동창들과 2015년 새해 맞이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용문산(龍門山, 1,157미터)이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 30호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사가 위치해 있는 바로 그 산입니다. 그동안 몇 번 용문사까지는 산책삼아 다녀온 경험은 있었지만 용문산 정상까지 산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용문사 입구에서 겨울 산행 준비(아이젠 착용과 스틱 등)를 마치고 은행나무 주변을 살펴보니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은행나무 보호를 위해 주변에 설치해 둔 나무 울타리에 과거에는 없었던 은행나무 모양의 노란색 리본들이 길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리본 속에는 새해를 맞이하여 이미 다녀갔던 사람들이 적어 놓은 금년 한 해 이루고 싶은 소원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 ‘좋은 직장 취직’, ‘행복한 결혼’, ‘훌륭한 아이 점지, ‘대학 합격 기원’ 등 우리 모두의 간절한 새해 소원들이 정성스레 적혀 있었습니다.
비로소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산행 코스는 둘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각자의 체력 상태에 따라 쉬운 코스(중간에서 돌아오는 코스)와 어려운 코스(정상까지 가는 코스) 중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높은 산 겨울 산행은 처음이라서 코스를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산악회 동창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산행을 해 온 터라 대부분이 어려운 코스를 선택하였고,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시작부터 쌓여있는 눈을 밟으며 계곡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마당바위’라는 곳을 지나서는 급경사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쉬운 코스 선택 시 반환점이 되는 산 능선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서 더 이상 오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여기서 점심 먹고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쉬운 코스를 선택했던 몇몇 친구들은 후미에서 천천히 따라 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여기서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어려운 코스를 선택한 친구들은 정상에서 점심을 먹겠다며 정상을 향해 다시 출발하였고, 한 친구만이 남아서 저와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산행 경험이 많은 친구인 것 같았습니다. 점심을 끝내고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기 보다는 정상을 향해 쉬엄쉬엄 걷다가 앞에 갔던 친구들이 하산하면서 만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돌아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동안은 숙달된 친구들의 산행 속도에 맞추느라고 너무 힘들었었는데, 이제부터는 제 체력을 감안하여 자주 쉬면서 가도 된다는 말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둘이서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하게 되었는데 자주 쉬면서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을 밟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1,157미터라는 용문산 정상 표지석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앞서갔던 친구들은 이미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정상에서 하산하면서 친구들에게 말하기를 1,000미터 넘는 산을 정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엄청 힘들었다고 하자, 함께 걷던 경험 많은 한 친구가 말하기를 “체력의 한계를 한 번 넘어서게 되면 근육이 거기에 적응하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아. 앞으로 1,000미터 이하의 산은 이미 정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하나도 힘들지 않을 거야.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넘을 때까지 해야 힘을 기를 수 있어”라고 조언해줍니다.
‘힘은 저항을 만날 때 단련된다’***고 합니다. 어떤 계기로 그동안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능력을 재평가하게 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산행을 통해 훌륭한 멘토의 중요성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끝까지 남아서 저를 설득하여 이끌어주었던 그 친구가 없었더라면 저는 그날 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현재의 상태(마음, 체력, 성숙도, 학습 정도 등), 스스로 설정한 한계, 성공과 실패 경험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나 스승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이 스스로 설정했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공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여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한계령(限界嶺):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작용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조어(造語)임.
**한계령(寒溪嶺):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에 있는 고개(1,004미터) 이름
***나폴레온 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