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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스토리
얼마 전 어느 고등학교에 입시 설명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입시 설명회를 시작하기 전에 그 학교 진학부장님께서 학부모님들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아침 등굣길에 너무 많은 학부모님들이 차로 아이들을 데려다주다 보니 학교 앞 도로가 교통 혼잡으로 매일 대혼란을 겪고 있으며, 학생 안전에도 문제가 있으니 자가용 등교 지원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근 파출소에서도 계속하여 학교에 자제 요청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이셨습니다.
예전에 우리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다니실 때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버스, 전철, 그리고 시골의 경우에는 자전거나 아니면 걸어서 스스로 등·하교를 했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경제 수준도 높아져서 요즈음 대도시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부모님들이 학생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학부모님들이 학생들을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 주는 이유들로는 통학 거리, 대중교통 수단의 유무, 시간 절약, 지각 걱정, 학부모로서의 책임, 자녀에 대한 사랑 등등 참으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학부모님들마다 자녀들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자녀들의 등·하교 때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이 엄마와 제 생각이 서로 달라서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키울 때 아이들을 도와주는 정도가 많이 달랐습니다.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들에 대해 세월이 지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얻은 것도 있었고 잃은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설명회 날, 진학부장 선생님 말씀에 대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급적 부모가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평생 직업 관련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요즈음 학부모님들의 지나친 자녀 교육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분 이야기가 자신의 회사에 신입 사원을 채용했었는데 그 중 한 사원의 어머니가 출근 첫날 회사에 와서는 자신의 아들이 앉아서 근무하게 될 자리가 어디인가를 확인하더랍니다. 회사 신입 사원이라면 20대 후반의 성인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그 어머님은 자녀가 좋은 회사에 취업이 되어서 자랑스럽고 대견하여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을 사랑하면 대신해 주지 마라”는 교훈이 있습니다. 안씨 가훈*에 나오는 말입니다. 자녀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여 부모가 도와주게 되면 자식이 의지하게 되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더 게을리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녀들을 사랑하여 도와준다는 것이 오히려 자녀들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게 하기, 학교나 학원은 제 스스로 갔다 오게 하기, 방 청소나 이불 정리는 스스로 하게 하기’ 등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자녀들 스스로 하게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씨가훈, 안지추, 홍익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