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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눈으로 보면 자녀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학교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라면 자녀들의 행동이 좋게 보일 리가 더더욱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의 이런 저런 행동들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며 잔소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쉽게 고쳐지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들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들리지 않게 되고 다 거짓말처럼 들리게 됩니다.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잔소리 횟수가 증가하게 되며 더불어 자녀들의 반항심도 비례하여 커지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은 무엇보다 자녀들이 집에서 공부하지 않고 노는 꼴을 참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의 학부모님들은 시간을 아껴서 무조건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으로 자녀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학부모님들 머릿속은 온통 학교 공부, 학원 공부, 자율 학습, 중간.기말고사 준비 등 3년 내내 공부에 대한 생각들이 지배하고, 자녀들에게는 조금의 틈도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됩니다. 잘하고 있는 옆집 아이들이나 성공한 주변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설처럼 자녀들에게 들려주게 됩니다. 자극받아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이야기이지만 자녀들 입장에서는 놀거나 쉬는 것에 대한 무언의 압력이고 협박으로 들리게 됩니다. 학부모님들이 3년 내내 쉬지 않고 일만 할 수가 없듯이, 우리 자녀들도 3년 내내 공부만 할 수가 없을 텐데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습니다. 성적이 학부모님들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자녀들의 학업 결과는 지속적인 공부의 질과 양으로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공부의 질보다는 양으 로 자녀들의 학습 태도를 평가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빈둥빈둥 놀거나,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행동을 보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 대해 불안해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나 학원 밖으로 내보내야만 심적으로 편안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우리 자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적절히 쉬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부모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나름대로 충분히 놀거나, 자거나, 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학부모님들이 보시기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성적은 매번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자녀들이 알아서 제 스스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 좋겠지만 자녀들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고, 성격이나 재능도 달라서 도대체 뾰족한 해법을 발견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큰 아이 다르고 작은 아이 다르기 때문에 큰 아이 실패 요인을 찾아서 작은 아이에게 적용해 보기도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이진 그 결과가 신통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마다 다르겠지만 그동안 만나 본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자기 기준에 맞추어 열심히 공부한 후 스스로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도 된다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공부를 완전히 포기한 학생들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그랬습니다. 그들도 그들만의 고민과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의 기대와 희망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공부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거나, 공부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공부해야 하는 목적 의식 등이 없기 때문에 속으로만 고민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도 나름대로는 학부모님들의 뜻에 따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학부모님들의 공부 기대 수준과 그들이 스스로 정한 공부 목표 수준이 달랐을 뿐이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일방적으로 판단하여 내린 명령이나 지시에는 자녀들이 마지못해 순응하는 척 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 수긍(首肯)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행동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들이 반항하게 되면 학부모님들의 노여움은 더 커지게 되어 또 한 번 전쟁을 치르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자녀들의 행동이 바뀔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반항심은 성숙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부모님들에게 반항한다는 뜻은 곧 자녀들 나름대로 자기 기준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어린 나이 일 때는 학부모님들의 일방적인 명령이나 지시에 대해 군말 없이 고분고분 따를 수 있었겠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만의 가치관과 행동 원칙을 갖추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인들도 다른 사람들의 명령이나 지시를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듯이, 우리 자녀들도 학부모님들의 강압적인 명령이나 지시를 받게 되면 당연히 반항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반항하는 방법이 은밀하게 눈에 띄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고, 아니면 드러나게 눈에 띄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보다는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런 과정을 거치기에는 많은 시간과 대화가 필요한데 우리 학부모님들은 그만큼 오랜 동안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반항인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따르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수긍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는 모양만 부모 말에 따르는 척하는 경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과 치유가 늦어지게 되어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되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행동이 바뀌지 않고 있다면 그들과 진심어린 대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귀담아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의 반항은 우리 자녀들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좋은 징조이기도 하니 반항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