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교육부와 국방부는 지난 3월 유일한 군인자녀 학교로서 공교육의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한민고를 모델로 ‘군인자녀 자율형 공립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진학을 앞둔 군인가족의 교육복지 혜택을 실질적으로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2 한민고 유치전에 뛰어든 대표적인 지역은 강원 화천, 경북 영천 등. 각 지역의 공립고인 화천고와 영천고를 교육부로부터 자공고2.0으로 지정받아 제2의 한민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교육부와 국방부의 ‘제2 한민고’ 만들기는 과연 가능할까.
교육 전문가들은 회의론을 바탕한 의구심과 우려가 가득하다. ‘군인자녀 자공고’라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고교는 탄생할지몰라도 제1 한민고의 교육과정과 노하우를 그대로 옮겨놓은 제2 한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인이 설립하고 운영을 계속해서 책임지는 사립학교인 한민고와 달리 이번 교육부와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인자녀 고교 모델는 공립학교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한민고의 경우 김태영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초기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던 학교 운영자들과 교사들이 개교 10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한민고에 남아있다. 반면 공립학교의 경우 운영 주체가 지자체라서 책임자와 담당자가 계속해서 바뀔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 운영의 자율성은 똑같이 보장이 되더라도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발전성은 사립학교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군인자녀를 전국에서 모집한다는 껍데기만 동일할 뿐 학교의 시스템과 교육방식 등 알맹이는 완전히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민고가 공교육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히 전국의 군인 자녀를 모아 교육한다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기숙사에서 한 달에 한 번만 귀가를 허용해 사교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동시에 괄목할 만한 대입 성과를 내며 교육 수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24대입에서는 수시16명 정시5명 총21명이 서울대에 합격했고, 이 중 3명은 각 서울대 의대 치대 수의대에 합격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국구 명문의 반열로 올라서기 까지 한민고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초기 설립자들의 치열한 열정과 사전준비가 있었다. 대부분 설립 준비에 나선 실무자들은 물론 의욕에 찬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일반 교과를 포함해 예체능, 대학 면접과 논술 등 매 학기 120여 개의 방과 후 학습을 개설해 왔다. 100% 한민고 교사진들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법인을 주축으로 학교 차원의 의지와 교사들의 열정이 결정적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운영 주체도 방식도 다른 공립학교에 사립학교의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내로라 하는 자사고의 교육과정을 어느 자공고에서도 따라하진 못했지 않나. 결국 현재 자공고는 일반고와 동일한 취급을 받을 뿐 별도의 학교유형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각종 규제와 지원의 유무라기보단 사립과 공립의 특성 차이가 크다고 봐야한다. 교육부는 한민고와 똑 닮은 제2 한민고는 애초에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본다. 교육부에선 새로 추진한다는 자공고2.0을, 국방부에선 군인복지를 강조할 수 있는 좋은 구실 쯤으로 내세운 듯 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국방부 ‘군인자녀 자공고’ 추진 협약.. ‘한민고 모델’>
교육부와 국방부가 지난 3월 군인자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군인자녀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로 지자체의 유치전이 뜨겁다. 국방부는 “직업군인은 생활환경과 주거 안정성이 매우 열악해 읍/면 단위 근무비율이 50%다. 복무 중 10회 이상 이사 경험이 79%로 국민평균 4회에 비해 상당히 높다. 군인복지기본계획 실태조사에서도 군인의 복지가 가장 필요한 분야에서 주거환경에 이어 자녀교육이 24.6%로 높았다”며 한민고를 모델로 군인자녀 자공고를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교육부와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인자녀 고교는 ‘자공고’다. 사립 일반고인 한민고와는 형태가 다른 셈이다. 교육부는 기존 자공고에서 한 층 자율성을 높인 자공고2.0을 추진하고 있다. 자공고2.0은 학교당 5년간 매년 2억원(교육부-교육청 대응투자)을 지원받고, 교육혁신 모델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율성 부여 등 특례를 적용받는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교장공모제 실시, 교사 정원의 100%까지 초빙, 교사 추가 배정 허용 등 교육청의 인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교사 배치도 자유로워진다. 정원의 100%를 초빙 임용할 수 있고, 교원의 추가배정과 산학겸임교사의 임용 지원도 가능하다.
제2 한민고를 만들겠다고 나선 대표적인 지역은 현재 강원 화천군과 경북 영천시다. 먼저 강원 화천군은 지난 5일 강원특별자치도, 도교육청과 군인자녀 연계형 자공고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쳤다고 밝혔다. 기존 공립고인 화천고가 자공고2.0 사업 3차 신청에 도전, 선정되면 한민고 모델의 기숙형 학교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천시 역시 기존 공립고인 영천고가 자공고2.0 지정에 도전할 예정이며, 선정되면 제2한민고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공고로 제2 한민고 만들기 ‘글쎄’.. 사립 시스템 적용 가능할까>
다만 교육계에선 제2 한민고의 유형이 자공고로 가닥잡힌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잇따르고 있다. 군인 자녀를 위한 학교의 설립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사립학교인 한민고의 교육 시스템을 공립고에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즉 군인자녀 자공고와 한민고는 군인자녀를 모집한다는 큰 틀만 동일할 뿐, 한민고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한 제2의 한민고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립과 공립의 차이는 교육 현장에서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한 고교 관계자는 “방과후 수업 개설 수, 주말 기숙사 프로그램 등만 살펴봐도 사립고에서 운영하는 만큼 공립고가 따라가긴 힘든 게 사실이다. 각 학교 마다의 특색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육 행사가 얼마나 전통있게 운영돼 오고 있는지를 봐도 공립과 사립의 차이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사립학교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학교의 존폐가 걸려있는 만큼 각종 수당을 통해 교사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부터 정부가 운영해 온 자공고는 자사고와 달리 큰 특색을 나타내지 못했다. 자공고2.0과 동일하게 종전의 자공고 역시 교장공모제와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 등의 특혜를 부여했다 행정적으로 자사고가 재단의 전입금을 기반으로 운영이 된다면 자공고는 국가가 예산을 지원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자공고는 일반고와 별 차이가 없어 의미가 퇴색됐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자사고의 경우 자율성을 바탕으로 1인1기(하나고) 영어몰입수업(민사고) 선택형교과운영(외대부고) 등을 일찍이 도입해 전국 고교 교육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입에서 역시 전국 톱 급을 자랑하며 국내 교육 수요자들의 만족도를 충족해왔다.
외고 역시 사립과 공립에 따라 수요자들이 꼽는 '명문'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경기권 외고와 사립 외고들이 공립 외고들에 비해 훨씬 빠르게 대입 체제에 적응했고 우수한 실적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2023대입 서울대 등록자 실적 기준 전국 고교 톱100에 든 외고 12개교 가운데 공립 외고는 대전외고 성남외고 수원외고 등 3곳에 불과했다. 이외 9개교는 모두 서울과 경기 지역의 사립 외고들이다.
<국내 유일 군인자녀 학교 한민고..‘사교육 제로’ 대표적 공교육 롤 모델>
정부가 이상적인 학교 모델로 꼽은 한민고는 현재로선 대한민국 유일의 군인 자녀 학교다. 2014년 군인들의 자녀교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의 적극적인 주도로 설립됐다. 법인이 설립하고 경영하는 사립 일반고지만 교육과정 운영 상 자율성이 보장된다. 모집 인원의 70%는 전국의 군인 자녀로 채우고, 나머지 30%는 소재지인 경기도 학생들로 선발하고 있다.
일반고인 한민고가 전국적 명성을 떨치는 이유로는 단연 입시 실적이 꼽힌다. 모집 인원의 70%를 전학이 빈번한 전국의 군인 자녀로 채워 선발 효과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비해 떨어지지만,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7대입부터 11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고교 현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인 2024대입에서는 수시16명 정시5명 총21명이 서울대에 합격했고, 이 중 3명은 각 서울대 의대 치대 수의대에 합격했다. 서울대 의학계열을 포함한 전국 의학계열 합격자 역시 의대11명 약대8명 치대2명 수의대4명 한의대1명 등 총26명에 달하고, 군인자녀 학교답게 사관학교 합격실적도 전국 상위권이다.문제 풀이에 매몰되지 않는 교육을 구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대학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인정받으며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수요자들의 선택이 집중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대입 성과를 빈틈없는‘공교육 시스템’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한민고는 사교육이 없는 학교다. 전교생 기숙사 체제로 한 달에 한 번 귀가해 주말 휴식 후 귀교하는 시스템상 원천적으로 사교육이 차단된 구조다. 공교육 울타리 안에서 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한민고에서는 일반 교과를 포함해 예체능, 대학 면접과 논술 등 학생의 필요에 의해 매 학기 120여 개의 방과후 학습이 개설된다. 100% 한민고 교사진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학기뿐 아니라 방학 중에도 신청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학습에 전념할 수 있다. 교사가 멘토가 돼 멘티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민 학습 코칭’이나 졸업생들의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인 ‘어나더 클래스’ 등 학생들의 자율적 성장을 위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이 자타공인 공교육의 최강자로 오른 데는 설립자들은 물론 교사들의 열정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한민고는 군인자녀교육이라는 사명감을 기반으로 교사와 기숙사 사감 교사의 협력을 통해 24시간 학생의 생활 지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보건 교사와 상담 교사도 상시 배치된다. 가정으로부터 독립해 자립심을 배양하고 단체 생활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동시에, 학교의 돌봄으로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인 셈이다. 2023년 현재에는 86명의 정규 교사 외에 기숙사 사감 교사 16명, 보건 교사 3명, 상담 교사 2명이 24시간 학생들을 돌보며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과 함께 교사들도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학생과 교사가 ‘제2의 가족’이 되는 더욱 살가운 문화가 학교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상당수 교사는 학교가 별도 마련한 공간에서 역시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24시간 학교에 상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은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 사항도 적극 반영되고, 시공간적 제약 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