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이 모집인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에 대해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요자들 사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2월 진행되는 의평원 평가에서 불인증 평가를 받은 경우, 당장 2025학년 신입생부터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수요자들은 평가 대상인 30개 의대를 피하겠다는 등 지원 전략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와중 의평원이 평가 강화까지 알리면서 의대입시에 새로운 변수가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평가지표를 확대하고 6년간 매년 평가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평가지표는 초안인 15개 지표에서 51개로 늘어났다. 대학은 평가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와 교수 이탈 등으로 학사 운영에 파행을 빚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계획서 작성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특히 11월까지 차후 상황을 예상해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강의실과 교수실 모두 비어 있는 상황에서 교육현장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선후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평원 평가에 대한 대학의 불인증 우려는 의대증원이 결정됐을 때부터 이어졌다. 의료계에서는 증원된 의대 모두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의평원 역시 증원 이후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이달 초 교육부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의평원 구성이 의사 중심이라며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의료계와 교육당국의 계속되는 갈등에 의평원 평가마저 강화하니 교육현장의 불안감만 커진 상황이다.
교육계에서는 수험생들이 미래의 예측불확실성에 우선을 두기보다는 의대증원으로 확대된 기회에 초점을 두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가 강하게 정책을 펼치고 있어 학생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 역시 대학 여건에 맞춰 구체적인 재정 지원을 논의하며 증원 후 교육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평원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 의견 등을 바탕으로 평가 계획을 심의하고 결과에 따라 보완지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지원 또 다른 변수 ‘의평원 평가’.. 깊어진 현장의 고민>
의평원이 의대증원에도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 유지를 위해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2025의대지원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의사면허 국시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의평원의 평가 계획에 따라 결과가 2025년 2월에 나온다면, 2025학년 신입생으로 3월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국시 제한에 걸리게 된다.
이미 입시 커뮤니티는 혼란에 휩싸였다. 대표 수험생 커뮤니티인 ‘수만휘’에서는 ‘의평원 진실이 어떻게 되는가’ ‘의대 원서접수 시 유의할 사항’ 등 의평원의 평가인증을 둘러싼 글들이 쏟아졌다. 일부 학생/학부모들은 되레 증원된 의대를 빗겨서 원서를 접수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30일 의평원이 평가 지표를 기존 15개에서 51개까지 늘리고 6년간 매년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교육 현장은 “불인증이 될 리 없다. 과한 우려다”와 “지금과 같은 진행상황이라면 불인증 대학이 쏟아질 것”이라는 두 입장으로 나뉜다. 올해도 40개 의대가 모두 평가인증을 획득했을 뿐 아니라 의평원 역시 불인증은 최악의 경우에만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불인증 가능성은 낮다는 것. 의평원이 정량평가 지표를 강화하기보다는 정성평가를 중심으로 평가를 강화하고 학생의 입장에서 평가를 관대하게 진행하겠다고 시사한 점도 우려를 완화한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의대 교수 확대 방안과 대학의 수업/실습 공간 구축 등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믿음도 따른다.
반대로 지금과 같이 대학에 의대 교수가 돌아오지 않고,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면 대학의 의학교육에도 차질이 생겨 불인증 대학이 쏟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10% 이상 정원이 증가하는 30개 의대가 의평원에 제출해야 하는 ‘주요변화계획서’ 역시 의대 교수들과 협력해 작성해야 하지만 이들 인원이 빠진 상황이라 제대로 계획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게 대학 측 입장이다. 특히 4월 충북대 대입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서에는 평가 대상인 30개 의대 자체 조사 결과 모두 평가에서 탈락한다는 결과까지 나온 상황. 정부와 교육부 차원에서도 의평원의 인증을 제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 “예단 지양해야”.. “확대된 문호와 입시 주목”>
전문가들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과한 우려보다는 당장의 입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합격가능성에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미래는 현재 뾰족한 수가 없다. 현재 수험생에게 의대증원으로 의대입시에 대한 기회 자체는 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우선을 두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안 그래도 어제부터 커뮤니티 발 지라시와 우려를 접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 학원은 더 열심히 지원케 하고 있다. 실제 지원전략을 세워야 하는 단계에 들어오면서 조금이라도 가고 싶은 의대의 지원율을 낮추고자 시작된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가 강하게 의대증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시 자격 박탈이나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는 “정부차원에서 강하게 의대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주는 상황은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 우려 때문에 입시전략을 수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성적과 입시에 맞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대학에 다니고 있는 반수생들의 ‘무리한’ 지원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 임 대표는 “이공계 재학생들이 무리하게 도전하는 심리는 조금 덜해지지 않을까 싶다. 현 상황에서 판단이 어려우니 심리적으로는 주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평원 주요변화 평가 ‘6년간 매년 평가’.. ‘강화된 평가’ 대학 부담 호소>
30일 의평원이 실시한 ‘2024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주요 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의 골자는 ‘주요변화 평가’ 진행과 ‘평가 강화’였다. 학생 정원이 2~3배로 크게 늘어난 와중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제공될 것이냐에 대한 우려 불식을 위해 교육의 질을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평원은 2025학년 의대증원이 이뤄진 32개 의대 중 10% 이상 증원된 30곳에 대해 변화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평가 지표는 51개로 기존 의평원의 초안인 15개 지표에서 3.4배나 늘어났다. 특히 주요변화 평가는 6년간 매년 진행한다. 이미 의대가 2~6년 주기로 정기평가와 중간평가를 제출하지만 여기에 더해 주요변화 평가 계획안까지 제출해야 한다.
의평원의 평가 대상인 의대는 총 30곳으로 의대증원분이 기존 모집인원의 10% 이상인 대학들이다. 가천대 가톨릭관동대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계명대 고신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동국대(WISE) 동아대 부산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아주대 영남대 울산대 원광대 을지대 인하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조선대 차의과대 충남대 충북대 한림대다. 각 대학은 주요변화계획서를 작성해 11월30일까지 의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계획서에는 향후 6년간 전공별 기초의학 교원 수와 교원 확보 계획, 교육 시설과 재정 확보 계획뿐 아니라, 그 근거까지 담아야 한다.
평가 결과는 내년 2월에 나온다. 평가에서 수준 미달 판정을 받은 의대에는 불인증 판정이 내려진다. 불인증 대학은 당해년도 신입생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차후연도 신입생 모집에 제한이 걸린다. 실제로 2017년 의평원 평가인증에서 불인증 평가를 받으며 폐교된 대학도 있다. 서남대는 2017년 4월 인증평가에서 불인증되며 2018년에 폐교됐다.
대학은 부담을 호소했다. 평가지표가 51개로 많은 것도 문제이지만 현재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와 교수 이탈 등으로 학사 운영에 파행을 빚는 상황에서 당장 의평원 인증평가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의대 교수가 이탈한 와중 11월까지 차후 상황을 예상해 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의 실적을 다루는 정기평가와는 달리, 주요변화 평가는 향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데 핵심 구성원인 교수의 협력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다.
의평원은 ‘불인증’은 최악의 경우라며 대학과 정부가 교수와 시설, 재정 확충을 이뤄낸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은 “교육부가 최선을 다해 투자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대학들도 학생을 일단 선발한 후엔 최선을 다해 교육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평가가 정성평가 지표들이기 때문에 무리한 정량지표 변경 없이도 대학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의평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9월 중으로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 대학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학과 의료계 사이에서 의평원 평가에 대한 우려를 표했을 때도 교육부는 증원 이후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정원 배정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평원이 의사 중심이라며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특히 4일에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영리 민간단체인 의평원은 정부가 지정한 의학교육평가인증기관으로서 중립적인 입장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근거 없이 예단하고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대학 여건에 맞는 재정 지원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심의 결과에 따라 평가에 대한 보완지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