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수시·정시 비율 양극화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은 전체 모집인원을 점점 줄이면서 수시모집 선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에 대응한다.

26일 한국대교협이 발표한 2024학년도 4년제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보면 비수도권 전체 모집인원은 2023학년도에 비해 5,000여 명이 감소한다. 반면 수도권 대학 전체 모집인원은 오히려 500여 명이 늘어나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위상 차이를 보여준다. 비수도권 대학이 전체 대학 모집인원 감소분(4828명)을 오롯이 감당하는 양상이다.

비수도권의 정시 선발 비율은 2022학년도 17.7%였으나 2023학년도 13.9%, 2024학년도 11.9%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의 정시 선발 비율은 35.6%로 비수도권의 3배 수준이다.

이를 서울로만 한정하면 정시 선발비율은 39.2%에 달한다. 대교협 장경호 대학입학지원실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률이 상당히 하락했다. 비수도권 대학들이 자체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2 학생이 수험생이 되는 2024학년도 고3 수험생 수는 41만3,882명으로, 전년에 비해 2만5,628명 감소한다.

부산지역 주요대학(13곳)의 수시 및 정시 선발 인원을 살펴보면 해마다 정시를 줄이고 수시를 늘리고 있다. 그나마 부산대가 수시에서 3,076명을 뽑고 정시에서 수시 인원의 절반 수준인 1,590명을 선발한다. 경성대가 수시 인원을 59명 늘리면서 정시에서는 72명을 줄인다. 동서대도 수시에서 77명을 늘려 뽑지만 정시에서 41명을 줄인다. 동의대는 수시 인원을 176명 늘리면서 정시 인원은 283명을 줄여 전체 모집 인원이 107명 감소한다. 부산가톨릭대는 수시와 정시 인원을 각각 151명, 40명 줄이고 부산대는 수시를 45명 줄이는 대신, 정시에서 29명을 더 뽑는다.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인제대는 2024학년도 수시와 정시 인원을 합쳐 271명을 줄인다.

정시 인원이 100명을 넘는 대학은 부산대와 부경대 동아대 등 6곳에 불과하다.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삼열 동의대 입학홍보처장은 “수도권 대학이 정원 외 인원이라도 조금씩만 감축하면 비수도권 대학의 숨통이 트이는데 대학과 정부 모두 외면하고 있다”며 “고사 위기에 직면한 비수도권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행정적 지원과 국토 균형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이 유지 또는 상승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은 수시 내신과 수능 정시를 균형 있게 학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특히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이 대거 늘어나는 만큼 의약학 계열을 지원하려는 지역 학생들은 이를 노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